교수진: 다양한 주제의 강좌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학부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도 성과가 미흡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자전 교과과정 개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자전의 교과과정 운영에 관한 기본 원칙을 간단히 설명하고, 학생들과 함께 교과과정 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자전 전공 수업의 주제는 자유전공학부 설립 초기부터 고민해온 문제입니다. 자유전공학부는, 자체로서 완결성을 갖고 모든 학문 분야의 수업을 골고루 제공하는 미니 종합대학이 아니라, 서울대학교의 교양 및 전공 교과 과정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그것으로 부족한 것들을 제공하는 교육단위로 설립된 것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교양수업이나 여타 학과의 전공 수업들로 어느 정도 가능한 것들은 구태여 자전 교과과정에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자전의 수업 개발과 편성의 중요 원칙입니다. 자전 수업들은 주제에 따른 과목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주제탐구세미나 1, 2, 3, 4>, <주제심화세미나 1, 2>, <고전탐구세미나 1, 2>처럼 "generic"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자전 수업에서는 어느 분야의 주제를 다루느냐가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자유전공학부가 추구하는 것은 다양한 텍스트를 꼼꼼히 비판적으로 읽고 소화하고 이를 서로 연결시키거나 대립시키면서 생각하고 토론하고 글을 쓰고 다른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면서 active learning을 통해 성장하는 것입니다. 즉, 자전의 수업은 특정한 주제나 영역에 대한 지식과 정보와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분과 학문의 장벽을 넘어 주제나 사물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글을 쓸 수 있는 능력, 스스로 적극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신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개발되고 편성되는 것입니다.
<주탐 1> 수업의 경우, 난이도와 수업 부담 때문에 불만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개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수업 주제들은 얼핏 보기에 전형적인 인문사회적 주제처럼 보이는 것들도 있지만, 이공계 학문 분야를 전공하신 교수님이 반드시 참여하시면서 폭넓은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주탐 2>를 비롯해 교수 1인이 담당하는 다른 수업들도, 수업은 혼자서 진행하지만 자신의 전공 학문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주제와 관련하여 폭넓게 접근하려고 개발한 수업입니다. 문제는 (특히 이공계 분야에서) 자신의 전공을 넘어서서 폭넓은 접근을 하는 방식의 수업을 담당할 분을 모시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자전 교수들 모두가 "자전스러운" 수업을 계속 개발하고, 또 "자전스러운" 수업을 담당해주실 분들을 더욱 열심히 찾을 것입니다만, 학생 여러분들께도 보다 "자전스러운" 수업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이와 관련해서 매 학기가 끝나고 그 학기의 자전 수업들에 대해 교수와 학생이 함께 하는 공동 리뷰의 장(場)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공동 리뷰를 통해서, 자전 전공 수업들이 자전의 가치를 얼마나 잘 구현하고 있는지 검토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수업을 개선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학생들이 "자전스러운" 수업의 모델이 될 수 있는 국내외 사례를 혹시 발견하면, 공동 리뷰의 장에서 그런 사례를 학부에 알려주실 수도 있겠습니다. 이 문제를 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는 학생들의 새로운 시각과 창의적 제안은 교수들이나 전문위원들이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공동 리뷰의 방식은 학장단이 교수, 강사님들의 의견을 모으고 학생회장단이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서, 학장단과 학생회장단의 좌담 형식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